시향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를 통해 살아온 나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 같은 질문을 받게된다면 "네!"라는 대답을 명확히 할 사람이 나에게 있는가? 망설임도 없이 `아니오`라고 대답할 밖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친구를 가진 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이들은 얼마나 가치있고 아름다운 삶을 가꿔나간 것일까? 이 나이에아직도 진실한 친구를 목말라한다는게 우스운 일이 될 수도 있으나 함석헌님의 시를 읽으면서 잠시 오랜 시간 함께해왔던 많은 친구들을 그려본다. 그들을 목숨과도 같은 친구로 만들지 못한 자신을 반성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