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김시천
내가
그러지 않았을까
동구 밖
가슴살 다 열어놓은
고목나무 한 그루
그 한가운데
저렇게 큰 구멍을
뚫어놓고서
모른 척 돌아선 뒤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아예, 베어버리진 않았을까
어머니 / 정연복
그럭저럭 견딜 만한
인생살이 같다가도
세상살이가 힘겨워
문득 쓸쓸한 마음이 들 때
나지막이 불러보는
세 글자
어
머
니
당신의 그 여린 몸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지어낸
이 몸
이 소중한 생명이기에
꽃잎 지듯
쉽게 무너질 수는 없어요
어머니 /김동리
가을 들녘에 내리는 황혼은
내 어머니의 그림자
까마득한 옛날 이미 먼 나라로 가신,
그러나 잠시도 내 곁을 떠난 적 없는
따스한 햇볕처럼
설운 노래처럼
언제나 내 곁을 맴도는
어머니의 그림자
어머니 / 김초혜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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