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김재진
썩어가는 모과에서 향기가 납니다 자식들 다 키우고 홀로 된 어머니 품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사랑도 어디쯤 지나간 사랑에선 향기가 납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상처에도 향기가 있습니다
수박향 서늘한 은어회처럼 상처도 견디면 향기가 납니다 세월 속에서 곰삭은 향기가 납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 알지 못한 향기도 저만치 떨어지면 느껴집니다
멀리 갈수록 잘 보이는 산처럼 헤어져 있는 동안 그대 모습이 은은한 향기처럼 그립습니다.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야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가 있을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김재진
갑자기 모든 것 낮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滿月(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베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스쳐가는 滿月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Andante / Beautiful day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