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넘는다/도종환
산 야 로
2010. 2. 20. 10:30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때
담쟁이는 서두르지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이라도 여럿이 꼭 여럿이
함께 손을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치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