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김세실
엄마
듣기만 해도
정겨운 이름입니다.
엄마는 자식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식지 않는 사랑을
마르지 않는 사랑을 줍니다
엄마는 나의 온 세상입니다.
빛입니다
햇살입니다
고향입니다
그러나
난 엄마를 위해
내어준 게 없습니다
때때로
엄마 눈에 깊은 눈물
고이게 하고...
엄마
언제나 불러도
샘솟는 샘물입니다
맑은 옹달샘입니다
엄마는 내 잘못
다 용서해 주시고
안아 주십니다
엄마의
그 뜨거운 사랑으로
온 세상의 불신은
환하게 녹아 내립니다.
엄마, 엄마
아름다운 별이 있는 밤
엄마 품에
포옥 안기어 잠들고 싶어요
엄마, 엄마
부를수록 충만하고
눈물이 솟구치는
가슴저린 이름입니다.
엄마 / 정연복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으로 배우는 말
세상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엄마....
어머니 / 한하운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배가 아파서 울으셨다
어머니
나를 낳으신 뒤
아들 뒀다고 기뻐하셨다
어머니
병들어 죽으실 때
날 두고 가는 길을 슬퍼하셨다.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신
말이 없는 어머니.
아버지와 숫돌 / 백영호
아버지는 날마다
소먹이는 꼴을 베어내는
낫을 숫돌에 가셨다
아버지가 낫을 가실 때는
수도승처럼 보였다
울 아버지는
너무나 진지하고 엄숙하게
얼굴에 땀방울 쏟으시며
정성 다해 힘을 들여 낫을 가시는 것을
어째서 그리도 반복하시는 것일까
가끔은 빼먹어도 되고
며칠은 아니 갈아도 되실 텐데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낫을 가셔서 푸른 날을 세우셨다
이제
저 멀리 북간도보다도 머나먼
피안의 세계에서 안식하시는 아버지
그리워 할 적마다
내 눈가에 숫돌이 보인다
숫돌은 스스로 자기 몸을 헐어서
낫의 푸른 날을 살렸고
아버지는 스스로 당신 몸을 갈아서
튼튼한 울타리를 치신 뒤
숫돌에 낫을 매일 가시듯
하루도 빠짐없이 자식들 향해
지금도 사랑스런 웃음 띄어 지켜보신다
아버지의 등 / 하청호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말 / 강만
등짐 노동을 하면서도
말은 평생 서서 잠을 잔다
서서 잠을 자고
서서 꿈을 꾼다
마지막 날
비로소 등짐 내려놓고 누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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