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풍경 82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쥔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ㅡ이재무, 남겨진 가을    Momentos Para Recordar(짧은 기억의 순간들) -Juan Carlos Irizar

삶에 풍경 2019.12.28

시간의 세 가지 걸음

시간의 세 가지 걸음 시간은 세 가지 걸음이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달아나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승자는 패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고 패자는 승자보다 게으르지만 늘 바쁘다고 말한다. 승자의 하루는 25시간이고 패자의 하루는 23시간밖에 안 된다.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듯이폭염이 내리쬐다가 또 비가 쏟아지고 다시 폭염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다가온다.절정에 가면 모든 것은 내리막길을 가기 마련이다.느리게 그리고 주저하면서 다가오는 것 같지만미래는 현재가 되는 순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날아가 버린다.하루하루는 지루한데 일주일은 금방 흩어지고 한 달이나 일 년은 쏜살같이 날아가고 없다.우리 만난 지가 언제였더라 하며 악수하다 ..

삶에 풍경 201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