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 생활방식으로 살던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긴 상을 옮기는 두 사람처럼
긴 세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걸음의 속도로
한 발
또 한 발
그 세월이 길었던가
이제 서로 닮아 가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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