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바람소리 / 법정스님
물소리 바람소리에 귀기울여 보라.
그것은 우주의 맥박이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이고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갈 곳이 어디인가를
소리 없는 소리로 깨우쳐줄 것이다.
이끼 낀 기와지붕 위로 열린 푸른 하늘도 한번쯤 쳐다보라.
산마루에 걸린 구름, 숲속에 서린 안개에 눈을 줘보라.
그리고 시냇가에 가서 맑에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가보라.
먼지와 번뇌와 망상도 함께 말끔히 씻겨질 것이다.
물소리에 귀를 모을 일이다.
항상 '말썽 많은 불교계'라는 지탄을 받는 것도 따지고보면
우리 모두가 이 침묵을 잃어버린 탓이다.
침묵은 벙어리의 답답함이 아니라 모든 이해를 넘어선 근원적인 평화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말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투명한 사랑은 시끄러운 말보다도 침묵으로 더욱 잘 나타난다.
서양 사람들처럼 걸핏하면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로 쏟아 버리기보다는,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고 다독거리고 혹은 이만치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을
더 지극하게 여기는 게 우리네의 풍습이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면서부터 밤으로 풀벌레 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시끄러운 풀벌레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문득 우리들도 시끄럽게 울어대는
저 풀벌레와 다른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변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보면 사람이란 한낱 먼지 같은 존재.
그 먼지끼리 서로가 잘났다고 재고 뽐내고 뻐기며 살아간다.
언젠가는 먼지로 사라지고 말 그런 우리들인데.
침묵을 익히라.
속뜰을 침묵으로 채우라.
빈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있는 것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렵혀 지지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인고 부서지지 않음을 뜻한다.
우리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은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테주는 가락이다.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 가이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은 어디 있는가
모두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수 있어야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아름다움이다.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 줄수 없기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행복은 결코 많고 큰데만 있는것이 아니다.
작은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가슴은 존재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가슴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의 신비인 사랑도,다정한 눈빛도,
정겨운 음성도 가슴에서 싹이튼다.
가슴은 이렇듯 생명의 중심이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어라.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나 보일때 까지
묻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알고 목소리의 목소리로>
귀속의 귀에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속에 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 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뮨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시절이 달로 있는것이 아니다.
버리고 비우는 것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 주고 있다.
대금 연주곡 - 물소리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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