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독백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오광수 시
It Came True (숨길 수 없는 사랑) - Catya Mare
'시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긍정적인 밥/ 함민복 (0) | 2019.01.05 |
---|---|
시간에 기대어 (0) | 2019.01.05 |
한세상 산다는 것 / 이외수 (0) | 2018.11.30 |
Dozhdik Osennij (가을비) - Elena Kamburova (0) | 2018.10.27 |
겨울 바람 (0) | 2018.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