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오시는지 - 박문호 시, 김규환 곡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췰까
흐르는 물소리 임의 노래인가
내맘은 외로워 한없이 떠돌고
새벽이 오려는지 바람만 차오네
백합화 꿈꾸는 들녘을 지나
달빛먼 길 내님이 오시는가
풀물에 배인 치마 끌고 오는 소리
꽃향기 헤치고 임이 오시는가
내맘은 떨리어 끝없이 헤매고
새벽이 오려는지 바람이 이네
바람이 이네...
<임이 오시는지>는 정중동(靜中動)의 동양적인 멋을 느끼게 한다.
새벽이 다가오도록 잠못이루고 강가에서 임을 기다리는 마음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한 평론가는 이곡을 "풍부한 정서가 말 없이 눈내라듯 쌓이는 가곡"이라고 평했다
정지해 보이는 것 같은 강물에서도 작사자는 강물속에 흐르는 이별과 기다림의 정한을 끄집어 냈다.
이 강심(江心)은 강의 마음이 아니라 강에 감정이 이입된 시인의 마음이다.
작곡가 역시 작사자의 감정에 부합하여 차분하고 예쁜 곡을 붙였다.
<임이 오시는지>가 작곡된 것은 1966년 5월 13일.
작곡가 김규환(74세. 한국작곡가회 회장)씨가 KBS합창단 상임지휘자로 근무할 때였다.
당시 KBS라디오는 남산, 지금의 영화진흥공사 건물의 맞은편 통일원 건물이었다.
그날 김씨는 우연히 구겨진 오선지를 사무실 휴지통에서 발견했다.
누구의 악보일까. 그는 집어서 폈다. 곡은 박문호 작사, 이흥렬 작곡의 <임이 오시는지>였다.
그 가곡은 KBS가 작곡을 의뢰했던 것인데 담당자가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묵살시켜 버린 것이다.
김씨는 같은 작곡가의 입장에서 가사를 주의 깊게 읽다가 너무 곱고 아름다운 시상에 감흥을 느껴
양복주머니에 넣고 집에와서 새로 작곡을 했다.
<임이 오시는지>를 작곡한 며칠 후 소프라노 황영금씨가 자신이 노래할 신작이 없는냐고 물어와서
선뜻 이곡을 주었다. 이래서 황씨가 초연하고 레코드에 취입했다.
그러나 김씨는 작사자 박문호씨를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
연고자가 스스로 나타난 일도 없고 이흥렬에게 직접 문의할 처지도 못 돼 혼자
시인 협회나 문인협회 인명사전을 뒤져봤지만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
그는 선배작곡가에 대한 예우로서 아직 <임이 오시는지>의 본래 작곡가가
이흥렬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일이 없다.
그러나 그 당시 이흥렬씨가 이미 작고하였고,
김규환씨는 이 곡이 레코드에 취입될 기회가 와도,
작사자의 저작권 문제가 생겨 좌절되거나 그 자신이 권리행사를 하는 등 불편이 있어서
박문호를 찾으려고 무척 애를 쓰다가 포기해 버렸는데
그런 상황에서 1985년 일간스포츠에 "지금도 유족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기사가 게재된 후
박문호의 차남 박영식 씨가 연락을 취해와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님이 오시는지 - 詩 박문호, 곡:김규환
노래 - 신 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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