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 최백호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샛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리를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1994년에 발표되었지만 이 노래는 즉각적인 반응을 획득한 노래는 아니다.
발표 후 2년 동안 하루에 한 장도 채 팔리지 않았던 실패한 앨범이었다.
IMF를 목전에 둔 1996년 어느 날. 갑자기 하루에 2000장 단위로 대량주문이 밀려들었다.
작가 김수현의 kbs'목욕탕집 사람들'에서 탤런트 장용이 ‘낭만의 대하여’를 부른 것이 폭풍의 핵이 되었다.
사연은 이렇다.
작가 김수현은 차를 타고 가다 이 노래를 우연하게 들었는데
귀에 감겨오는 멜로디와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라는 가사에 반했다고 한다.
그녀는 노래를 수소문 해 다음 날 극 대본에 추가했다.
실제로 김수현 작가가 공감한 그 대목은 많은 중년여성 팬들을 사로잡은 최백호가
조탁한 언어의 마술이 빛나는 대목이다.
‘실연의 달콤함’이라는 대목도 중년남성들이 절대 공감하는 대목이다.
그는 “사랑을 하기에 힘이 부치는 나이가 되어보면
실연의 추억마저도 어찌 달콤하지 않단 말인가?!”라고 되묻는다.
‘낭만에 대하여’는 최백호가 집에서 유리에 비친 아내의 음식 하는 모습을 보다가 우연히 만든 노래다.
그 상황과 노래는 직접적 연결고리는 없지만
그때 옛날 다방과 즐겨들었던 '로우라'라는 색소폰 연주곡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낭만에 대하여’를 생각해보면 가수가 노래를 만나는 것은 뭔가 운명처럼 세팅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낭만에 대하여’가 그대 가슴을 쳤다면 이후 발표된 ‘어느 여배우에게’와 ‘청사포’까지 들어보길 바란다.
그래야 최백호표 낭만 트릴로지 완결편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낭만에 대하여’가 수록된 최백호 16집은 이후 35만장이 넘게 팔려 나가면서
당시 공중파TV 저녁 뉴스에 ‘40대 가수 최백호 이색 돌풍’으로 보도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음반의 히트퍼레이드와는 달리 대중의 직접적인 뜨거운 반응은
오히려 세월이 지나면서 그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명곡만이 보유한 시대 초월적 연속성이 아니겠는가!
낭만에 대하여 -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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