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오래된 사이 / 김재진

산 야 로 2017. 12. 10. 20:15



 

 오래된 사이 / 김재진

사랑이란 말만큼 때묻은 말이 없습니다.

사랑이란 말만큼 간지러운 말도 없습니다.

너무 닳아 무감각해진 그 말 대신
달리 떠오르는 말 없어 당신을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인연도 오래되어 헌 옷처럼 편해지면
아무 말도 더 보탤 것이 없습니다.
한 마디 말보다 침묵이 더 익숙한
오래된 사이는 담담합니다.


때로 벅찬 순간이 밀물처럼
가슴을 고즈넉이 적셔올 때
간간히 바라보는 그 눈빛 떠올리며
멀리 와서 생각하면 다투던 순간마저
따뜻한 손길인 듯 그립습니다.

 


Joan Baez/Geor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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